The Science Of Sleep.
카테고리 없음 / 2011. 7. 29. 02:12
미셸 공드리의 영화는 언제나 날 꿈꾸게 한다.
그의 초현실적인 화면 구성과 그 감각은 정말 짱인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그러했듯- 수면의 과학에서도 나는 주인공과 함께 감독이 현실과 가상을 몽실몽실한 꿈을 꾸듯이 넘나들었다. (물론 이터널 선샤인에서는 그 배경이'가상과 현실'이 아닌 이 아닌 '기억과 현실'이었지만.)
진짜 솔직히 말해서 이 영화의 스토리는 복잡하게 뒤엉켜있는 실타래와 같아서 내가 스토리를 백프로 이해했다고 하진 못하겠다.
하지만 그냥 그냥 그냥 내가 느낀 감정과 그로인해 풍부해진 나의 감성과 상상력만으로도 충~~분했던 영화.
스테판의 찌질함이 가끔씩 나를 당황하게 했지만 그것은 찌질해 보일만큼 순수하고 진실하다는 뜻의 동의어이다.
그의 그런 찌질함은 초현실적 가상공간 속에 그 자신을 더 잘 녹아 들어가게 했던 것 같다.
마치 이터널 선샤인에서 짐캐리의 어릴적 소년 연기를 보며 너무나 탁월한 캐스팅이자 적절하게 재미있는 설정이라고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
이미지들이 머리에 맴돈다.
눈이 즐겁고 상상력이 팽팽 돌아간다.
꿈을 꾼다는것은 이렇게 신나는 일이다.
나는 특히 싱크대에서 물을 틀었을때 셀로판지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것이 너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셀로판지.. 셀로판지는 너무 재미있는 재료다.
생긴것도 예쁘게 생겼고 바스락 바스락 소리도 어쩜 그렇게 이쁜지. 매력적인 소리다.
어쩔땐 고요함 속의 정적을 깨는 앙칼진 소녀의 목소리 같기도 하고, 달게 낮잠을 잘때 귓가를 간지르는 소리 같기도 하다.
갑자기 셀로판지에 관한 나의 일화가 생각난다. 푸흐흐ㅋㅋ 고딩때 인체시간에 선생님께서 우리 중 무작위로 돌아가면서 모델을 시키셨고, 우리는 그 모델을 그렸는데 모델이 앉아있다가 지루했는지 꾸벅꾸벅 졸았다. 나는 그래서 조는 모습을 그리다가 왠지 모르겠는데 화구통에 있던 녹색 셀로판지를 꺼내서 종이에 마구마구 붙여댔다. 왠지 그렇게 해야될것 같았다. 실기시간이 다 끝나고 평가를 하는데 아주 신명나게 까였다. 선생님께서 그때 나한테 그러셨다. "넌 이게 재미있니????????"
그때는 선생님의 질문에 나는 대답을 못했지만, 지금에야 소심하게 대답하자면,
난 재밌다. 난 셀로판지 자체가 참 재밌다 킥킥..
아무튼, 천으로 만든 스키장도 좋았고.(이건 내가 보드를 좋아해서 반사적으로 더 유심히봤다ㅋㅋ)
또또 박스로 만든 카메라도 내가 하나 갖고싶을 만큼 탐나더라.
과거와 미래로 여행하는 장난감도 꼭 하나쯤 갖고싶다. 단점이라면 아주 찰나의 효과 뿐이라는것 이겠지만ㅋㅋ
영화의 복잡한 실타래 같은 느낌은 마치 스테판의 폴짝거리는 성격을 크게 확대시켜 놓았다고 난 내 멋대로 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사랑을 하며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콩콩거리며 뒤척이는 스테판의 감정선을 길게 늘어뜨리듯 이미지화 시켜 놓은 것 같다.
그런 순수한 감정의 동선을 너무나 귀여우리만치 솔직하고 미세하게 풀어내어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 복잡한 감정놀이 속으로 빨려들어갈 수 있었다.
현실속에서 그가 느낀 사랑은 비록 허망하게 끝났을지라도, 그의 사랑은 아름다웠다.
어자피 그는 계속해서 꿈의 레시피를 반죽할 것이고, 꿈을 꿀것이다.
나라는 사람에 현재를 섞고 과거를 섞고 상상을 섞어서!
"Why me?"
나는 여기서 또 이터널 선샤인의 마지막 대사. "Ok"가 떠올랐다.
가슴아픈 말이다.
이런 짧고 강렬한 여운이 나는 좋다.
짧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그런 울림.
오늘은 나도 스테판처럼 셀로판지 물에서 목욕을 하는 꿈을 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