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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추억.

강 주 희 2011. 11. 30. 03:03

우연히 컴퓨터 사진파일들을 정리하다가 옛날에 저장해둔 '내 그림' 폴더를 보게되었다.
몇년 전에 친구들이 네이트온으로 보내준 내 어릴적 사진부터 시작해서 스무살 무렵의 사진, 지난 겨울 보드타면서 찍은 사진 등등 참 재미있게 봤다. 사진을 보면 그때 그 무렵이 떠오른다. 그 때 그 소리가 들리고, 그 때 그 향기가 난다. 우린 그때 이런 대화를 하고있었고, 나는 그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 이런 상황이었지. 옛날 사진보니 내가 좀 늙긴 늙었구나.
왜 거기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난히도 눈에 밟힌 사진 하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잘나오기도 참 잘나왔지만 어딘지모르게 어색했던 우리모습. 애써 미소지어보는. 이 때 내가 했던 대사가 떠올라, "친한척 친한척!!" , '친한'척'이라니, 내가 내뱉고도 놀랐었는데. 그런데 더 웃긴건, 이 때 하필이면 너와 내가 입고있던 같은 옷. 참 이렇게 아이러니한 상황이 있을까. 이 사진이 예뻐보인건 이 때의 나는, 그리고 이 때의 너는 참 속으로 부단히도 노력을 했었을거라는 그런 막연한 추측?, 맞아 우린 이때 길목에 서있었더랬지. 이 순간은 같은 옷을 입고 나란히 앉아서 '친한 척'하는 아이러니한 표현이 씁쓸하게 들어맞았었던 슬픈 순간이었다라는거.  이 사진 한장에 너와 나의 모든것이 들어있는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이 예쁜사진이 너무 슬프고 아름다워.
(물론 안그런것도 있겠지만) 반드시 과거속에서만 머물러야만 하는 과거가 있다. 나는 그것을 시간이 흐른 뒤 거기에 환상이라는 양념을 쳐서 이렇게 예쁘게 예쁘게 포장하고 꼭꼭 숨겨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새겨 놓는다. 그 추억이 아름답고 소중하게 간직되기 위해 필수적인 단 한가지 전제는 그 과거를 영원히 현실로 데려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